시집『투명한 슬픔』1996

<시> 찬란한 세상

洪 海 里 2005. 12. 3. 05:29
찬란한 세상
홍해리(洪海里)
 

소리는 귓속에 집을 짓지만
귓속에 들어가 보면
소리는 하나도 없다
사랑은 사람소리
떡에는 떡메소리
엿장수는 가윗소리
파도는 물소리를 소유하지만
모두 다 비웠을 때
비로소
소리의 집은 소리로 차서
소라껍데기 같은 이 귀가 빛난다
비어 있는 여자들의 소리는 귀에서 나와
이 세상을 찬란히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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