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애란愛蘭』1998

<시> 적아소심

洪 海 里 2005. 12. 13. 21:09
적아소심赤芽素心
- 愛蘭
홍해리(洪海里)
 

세상 오다 마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비는 우주공간을 떠돌다 떠돌다
몸 바꾸기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걸어오다 뛰어오다 도망치다
다시 달라붙기도 하네
번개도 치지 않고 천둥도 울지 않고
사냥개처럼 하늘이 젖어도
그대의 행성에는 달맞이꽃이 피고
우기의 구름 사이, 문득
적아소심이 푸른 하늘처럼 잠을 깼다는
삽상한 소식이 귓속에 찬란히 피네
그리운 심정으로 꽃대를 올려
슬픔 같은 꽃잎으로 가을날을 밝히니
눈 마주치기도 두려우리, 그대여
부드러운 물칼 같은 혓바닥으로
우주의 초연한 질서를 노래하는
꽃 속으로 천리를 가면
적멸보궁 지붕 끝이 보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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