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시감상> 동백꽃 / 홍윤기(시인)

洪 海 里 2005. 12. 19. 12:47
 

                                                 
                         

 

 

보길도 시편 3

- 동백꽃 

 

洪 海 里

 

 

기름기 잘잘 도는 섬 여인네

그녀의 정념보다 더 뜨거운 불

 

동백꽃이 피우는 불길은

기름기 도는 초록빛

 

그 연기가 바다로 바다로 가서

섬을 만들고

 

섬마다 동백나무 불을 지펴서

떠도는 나그네 가슴 녹이네.

 

 

 

 

========================================================================================

 

  이 시를 대하고 나서 '보길도'가 남쪽 해남 바다쪽의 동백꽃이 매우 유명한 곳이라는 것을 독자들도 느꼈을 줄 안다. 이 보길도로 말하면 일찍이 고산 윤선도 선생께서 한때 정치적 망명생활을 하며 이 섬의 부용동(芙蓉洞)에서 <어부사시사> 전 40장을 지었던 유서 깊은 섬이기도 하다. 그런 곳이기에 시인이 보길도를 찾아가 유숙하며 '보길도 시편'들을 썼다는 것도 뜻있는 일인 것 같다.   

 

  각 연이 2행시로서 모두 4연으로 엮어진 이 시는 절제된 시어 구사로 '보길도'를 '동백꽃 섬'으로 형상화시키고 있다. 참으로 감흥을 안겨주는 빼어난 메타포의 솜씨가, 8행의 시 속에 명징성(明澄性) 넘치는 이미지들로 선명하게 짜여지고 있다. 제2연에서의 '초록빛'은 '희망찬 빛'으로 또는 '생명의 빛'으로 해석하고 싶다. 특히 홍해리의 경우 그가 '초록빛'을 유난히 아끼는 시인이라는 것을 살필 때 더욱 그런 감흥이 안겨온다. 그리고 이 시에서 우리는 그 주제가 자연과 인간의 성숙된 조화임을 살피게 된다.

- 홍윤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