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그림> 술 노래 3편 / 洪海里

洪 海 里 2006. 1. 8. 08:32

     

 

 

 

     술 노래
     洪海里

     가장 아름다운 물이 되기 위하여
     아니, 가장 황홀한 불이 되기 위하여
     눈 감고
     삼 년
     귀 막고
     삼 년
     입 닫고
     삼 년
     그보다 먼먼 역사를
     아리랑 아리랑 소리없이 울었다.

     어둠 속에서 옷을 벗고
     몸을 바꾸고
     아무런 몸짓도 없이
     모든 번뇌 비인 하늘에 띄우고
     어둠의 옷을 입고
     땅 속에 누워
     그리움으로
     사랑으로
     투정으로
     절망과 슬픔과 고독을 삭이면----,

     한 알 사리이듯
     땅 내음 가슴에 품고
     바람도 별빛도 모아 담아
     살과 뼈를 다 삭혀 낸 후
     더운 숨을 흘려 버리고 나면
     빨간 참숯의 혓바닥이 되어
     가장 향그러운 물
     영롱한 호박빛 투명이 고인다.

     어느날
     까맣게 잊고 있던 불씨 하나가
     몸에서 타오르는 날
     그대의 눈물보다
     풀잎의 이슬보다 순수한 문법으로
     목숨의 꽃 같은 저녁놀 아래
     스스로 우는 가락의 혼불로 타리라
     그대 가슴에 요요히 흐르리라.
     (1994)

 

 

     술나라
     洪海里

     法이 있어도 없는 나라
     道가 있어도 없는 나라
     時間이 있어도 없는 나라
     타임머신의 나라
     여자들의 끝없는 암흑의 나라
     줄 넘은 유성기판의 나라
     그때그사람그때그사람그때그사람그때그사
     잠 속의 절망의 나라
     여우의 나라 늑대의 나라 돼지의 나라
     안개였다가 비였다가 바람이였다가
     무주공산명월의 나라
     핑크빛 물의 나라
     냉수 대접에 익사한 나라
     보라빛 연기의 나라
     죽음의 환희와 후회의 나라
     품속에 든 천하의 나라
     손안에 든 황제의 나라
     기상천외의 천국
     우리나라술나라
     술나라만세!

   * 마지막 2행은 글짜를 옆으로 또는 꺼꾸로 누이고 뒤집고 띄어쓰기를 무시했으나 여기서는 원상태를 살리지 못 했음.
(1987)



     마시는 밥
     洪海里

     막걸리는 밥이다
     논두렁 밭두렁에 앉아
     하늘 보며 마시던 밥이다
     물밥!
     사랑으로 마시고
     눈물로 안주하는
     한숨으로 마시고
     절망으로 입을 닦던
     막걸리는 밥이다
     마시는 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