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밭 일궈 놓고
洪海里
지난 '92년에 펴낸 『은자의 북』에 이어 열 번째 시집
『난초밭 일궈 놓고』를 이번에도 80편의 작품으로 엮었다.
작품들은 지난 번의 시집에 수록된 시편들과 별 차이가
없다. 작품의 배열도 호흡이 짧은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긴
작품의 순서로 한 것도 동일하다.
詩는 짧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그
러나 주제가 미리 정해진 경우에는 시가 자꾸 길어지는 병폐
가 내게 있다. 이것을 치유할 비책을 찾아 다음에 내는
시집은 정말 짧고 재미있어 읽히는 작품만으로 엮고 싶다.
시를 쓰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詩는 사람이 피워내는 꽃이요, 영혼의 사리이다. 필생의
화두인 業이다.
그 동안 <牛耳洞 畵室>에서 지내다 창을 열면 북한산의
仁壽, 白雲, 萬景이 품에 안기는 곳에 <우이동 시인들>의
작업실 <시수헌>이 마련됐다. 산도 가깝고 하늘도 가까운,
정말 시적인 자리를 차지하게 되어 흐뭇할 따름이다.
이번에는 李生珍 시인이 표지를 꾸며 주시고, 시와 시
사이의 빈 자리는 사랑하는 제자 朴興淳 화백이 메워 주었다.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한 방에서 살고 있는 이생진, 林步,
채희문 시인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여기 적어 남긴다.
1994년 봄 詩壽軒에서
洪海里 적음.
- 시집 『난초밭 일궈 놓고』 <시> 난초밭 일궈 놓고 백운대 바위 아래 한 뼘 땅을 갈아엎고
몇 그루 난을 세워 바람소리 일으키니
그 바람 북으로 울다 피리소리 토해내고
푸른 칼날 번쩍이며 달빛 모아 춤을 엮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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