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 벼락치다』2006

은자의 꿈

洪 海 里 2006. 5. 1. 05:01

은자隱者의 꿈

 

洪 海 里

 



산 채로 서서 적멸에 든
고산대의 주목朱木 한 그루,

타협을 거부하는 시인이
거문고 줄 팽팽히 조여 놓고
하늘관을 이고
설한풍 속 추상으로 서 계시다.

현과 현 사이
바람처럼 들락이는
마른 울음
때로는
배경이 되고
깊은 풍경이 되기도 하면서,

듣는 이
보는 이 하나 없는
한밤에도 환하다
반듯하고 꼿꼿하시다.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 풍상 다 입고 덮은 세월로 굽었다가도 다시 몸을 일으키는 것은 소리 고운 바람의 현을
말아 몸에 끼우고 비비고 비벼 내는 소리에 스스로 깨어남이라.
   소리가 몸을 돌아 나오는 동안 살점이 떨어졌다가 새 살이 나는 동안   벼린 소리 천년을
걸러내는 소리 듣고 보내는 사람은 시인으로 칭해도 좋으리라.

   세상에 떠도는 시가 많지만 대개 가벼운 입술의 말이다. 시인 이름을 받은 이는 진짜로
홀로 서 있어도 시를 살아내는 사람이다. 듣는 이 없어도, 한밤 버릇처럼 몸을 풀어 운다.
   - 금 강.




▲ 천년주목 뒤, 가야산을 중심으로 첩첩능선이 펼쳐져 있다



▲ 겨울 상고대가 하얗게 붙어 절세미인 같다.



▲ 달뜬 여명에 대장군의 기상을 보여주는 주목.


- 글·사진 장국현 산악·소나무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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