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 벼락치다』2006

일탈

洪 海 里 2006. 5. 1. 18:28

일탈逸脫

洪 海 里




1
귀 눈 등 똥
말 멱 목 발
배 볼 뺨 뼈
살 샅 손 숨
씹 이 입 좆
침 코 턱 털
피 혀 힘---

몸인 나,
너를 버리는데 백년이 걸린다
그것이 한평생이다.

2
내가 물이고
꽃이고 불이다
흙이고 바람이고 빛이다.

그리움 사랑 기다림 미움 사라짐 외로움 기쁨 부끄러움 슬픔 노여움과 눈물과 꿈, 옷과 밥과 집,

글과 헤어짐과 아쉬움과 만남 새로움 서글픔
그리고 어제 괴로움 술 오늘 서러움 노래 모레 두려움 춤 안타까움 놀라움 쓸쓸함
(내일은 없다)
그리고 사람과 삶, 가장 아름다운 불꽃처럼
우리말로 된 이름씨들 앞에서
한없이 하릴없이 하염없이 힘이 빠지는 것은
아직 내게 어둠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
한 그릇의 밥이 있어서일까
일탈이다, 어차피 逸脫이다.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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