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밟으며
洪 海 里
개벽의 울음에서
묵연한 적멸까지
이승에서 저승인데
내가 가야 할 길
한 치 앞이 천리인가 만리인가
피는 아직 시커멓게 울어도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앉은뱅이야
천년 만년 살 것처럼 하지 마라.
소리 없이 세상 열고
조용히 흔들리다
그냥 떨어져 내리는
화엄의 경을 보라
상처없이 물든 이파리가 있는지
느티나무에서 옻나무까지
한평생 눈물로 씻고 울음으로 삭인
한 잎 한 잎 사리로 지는데
함부로 밟지 마라
낙엽만도 못한 인생들아.
(시집『봄, 벼락치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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