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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 나의 이중생활 / 김영기(시인)

전라매일 2021.04.01. [문학칼럼-시인의눈] 낮과 밤, 나의 이중생활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갑작스러운 인지장애로 본의 아니게 치매약을 복용하면서 졸지에 이중생활이 시작 되었다. 지금까지 가끔 꿈을 꾸는 경우 외엔 잠이 내게 간섭하는 일은 없었다. 그 짧은 꿈조차도 깨자마자 기억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잠이란 그저 몸과 뇌가 쉬는 시간이고, 잠시 자신과의 결별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꿈이 너무도 선명해졌다. 도무지 현실과 구분이 되지 않는 비현실의 현실 속에서 뇌가 잠들지 않는 것이다. 과거의 일이 편집되고 가공된 긴박하고 웅장한 영상이 밤새도록 감긴 눈꺼풀 안으로 영화처럼 펼쳐지고, 그 생생함에 몸은 의지와 상관없이 격렬하게 반응한다. 아마도 기억의 활..

가을 들녘에 서서 / 부채詩 : 윤정구(시인)

노을빛 감성 황홀한, 순수의 대명사 ​ 홍해리 시인은 임보 시인과 더불어 우이시(牛耳詩)의 설립자요, 실질적인 운영자이다. 임보를 일러 ‘구름 위에 앉아 마술부채로 시를 빚는 시도사(詩道士)’라 부르고, 홍해리는 ‘애란가(愛蘭歌)를 부르며 불도저를 모는 난정법사(蘭丁法士)’라 한 어느 시인의 싯구와 ‘성미가 곧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초심을 지켜’ 간다는 주위의 말대로 어지러운 시대에도 홍해리 시인은 우이동을 청정지대로 지켜가고 있다. 평생 지우(知友)였던 이무원 시인은 홍해리 시인을 ‘그는 풀로 말하면 난이요, 나무로 말하면 매화다. …두루 뭉슬 굴러가야 편한 세상에 그는 낙낙장송이듯 초연하다’고 말하였다. ‘말없이 살라는데 시는 써서 무엇하리/ 흘러가는 구름이나 바라다볼 일/ 산속에 숨어 사는 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