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바람처럼 洪 海 里 꿈속에서 꿈같은 시절 누렸다고 부디 수수꾸지 말아 다오 발이 없어도 못 가는 곳 없는 바람처럼 낮은 곳만 찾아 서슴없이 가는 물같이 오늘도 불어가고 내일도 흘러서 갈 척행隻行의 길! 너는 네 혀로 말하고 나는 내 귀로 듣는 네 말 다 지우고 내 말 다 사라진 곳으로 나 가리라 나가리라 무하유지향으로! * 퇴고 중인 초고임. 『권커니 잣거니』(미간) 2022.11.02
층꽃풀탑 층꽃풀탑 洪 海 里 탑을 쌓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나무도 간절하면 몸을 흔들어 한 층 한 층 탑사塔寺를 짓는다. 층꽃나무를 보라, 온몸으로 꽃을 피워 올리는 저 눈물겨운 전신공양. 해마다 쌓고 또 허물면서 제자리에서 천년이 간다. 나비가 날아와 몸으로 한 층 쌓고 벌이 와서 또 한 층 얹는다. 스님은 어디 가셨는지 달빛 선정禪定에 든 적멸의 탑, 말씀도 없고 문자도 없는 무자천서無字天書 경전 한 채.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22.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