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 27

상을 똥 보듯 한 맑은 시인

상을 똥 보듯 한 맑은 시인 임 보 사람들은 칭찬 받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시인들도 상 타기를 좋아하는가 보다 상금이라도 두둑이 걸린 상이면 더욱 그렇다 상을 타기 위해 특별히 로비를 벌인 적은 없지만 나는 내게 돌아온 상은 거부하지 않고 받아온 속물이다 그런데 요즈음 어느 문학상을 운영하고 있는 주최 측의 한 시인은 스스로를 수상자로 추천하여 세간의 눈총을 사고 있다 상금이 꽤 많이 걸려 있는 상이기에 구미가 동했던 모양이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그러고 싶은 욕심이 혹 생겼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아, 세상에는 상 받기를 거부하는 맑은 시인도 있다 상 보기를 소 닭 보듯 하는 곧은 시인 아니, 상을 똥 보듯 꺼려하는 시인도 있다 그런 시인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느냐고? 그런 시..

詩化된 洪海里 2022.11.27

가을 들녘에 서서 / 기청(시인 · 문예비평가)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 간결하고 담백한 선풍의 시다. 이 시의 서두를 의미상으로 풀어보면 '눈먼 자에게는 모두 아름답게 보이고 귀먹은 자에게는 모두 황홀하게 들린다'가 된다. 마음의 눈, 마음의 귀는 잡다한 현실이 아닌 본성의 세계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그것처럼 "마음 버리면"(현상의 탐욕을 내려놓으면) 텅 빈 마음이 되고 그것은 역설적으로 충만한 행복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을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라고 하여 불교적인 깨달음을 지향한다..

늙은 첫눈

늙은 첫눈 洪 海 里 나이 들어도 첫눈이 오니 들뜨는 심사 어쩔 수 없네 눈길에 미끌어질까 눈길을 던지며 설설 길 생각은 접어 두고 고갤 설레설레 흔들면서도 눈처럼 흰 눈썹[雪眉]을 그리다니 설이雪異 분분粉粉한 날 뒤범벅된 진흙길은 생각도 않고 강아지처럼 설레는 서화瑞花가 꽃 피는 세밑에 마침내 나이 든 눈이 내려 동화 속 설국으로 나를 이끄네.

돌과 난, 난과 돌 - 임보, 홍해리 고운 님에게

돌과 난, 난과 돌 -임보, 홍해리 고운 님에게 김준태(남녘땅해남인)) 바위는 천년을 살고 난은 그에 미치지 못하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죠 바위는 난 위에 오르지 못하지만 난은 바위 위에 걸터앉아 푸른 배꼽을 내놓고 저 하늘을 누리며 산다 오오 그러나 난은 바위가 없으면 자신의 뿌리를 내릴 수 없나니 그래요… 참말 그렇군요 난과 바위 바위와 난은 서로 부족함이 없이 천년을 만년을 살아오고 있음이여 난과 바위 바위와 난을 배우며 우리들도 사람을 벗어나지 않고 사람으로 살고 노래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