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어증失語症 洪 海 里얼마나 싫으면 말을 잊는가싫다 싫어 나는 네가 싫다 구름이 말한다그래 그래 나도 네가 싫다 바람이 말한다부모와 자식 사이남자와 여자 사이나와 우주 사이꽃과 나무와 새가 말이었고하늘과 바다와 산이 말이었다밥과 사랑과 미움과 그리움이 말이었다웃음과 울음과 아픔과 기쁨이 말이었다실어증에 걸린 사람들의 눈에는풍경은 흔들리기만 할 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눈을 뜨고 자는 붕어가 말한다세상이란 내 옆에 네가 있고나 아니면 너라고, 아니 우리라고무엇으로 입을 떼어 말문이 트이게 하나모두가 절단났다고 절벽으로 뛰어내리고 있다이제는 절망이라고 울음을 터뜨려도말을 잊은 너는 듣지 못한다한때는 침묵도 멋진 말이었지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얼떨결에 말해도 말이고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잘못 말한 것도 말인데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