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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녘에 서서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 버리고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스스로 빛이 나네.     - 월간 《牛耳詩》 2002. 11월호(제173호) 게재.    - 시집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 월간 《牛耳詩》는 2007년 1월 우이시회가 사단법인 우리詩진흥회로 바뀌면서 시지의 명칭도 《우리詩》로 변경했음.

첫눈 2024

첫눈洪 海 里 하늘에서 누가 피리를 부는지그 소릿가락 따라앞뒷산이 무너지고푸른빛 하늘까지 흔들면서처음으로 처녀를 처리하고 있느니캄캄한 목소리에 눌린 자들아민주주의 같은 처녀의 하얀 눈물그 설레는 꽃이파리들이 모여뼛속까지 하얀 꽃이 피었다울음소리도 다 잠든제일 곱고 고운 꽃밭 한가운데텅 비어 있는 자리의 사내들아가슴속 헐고 병든 마음 다 버리고눈뜨고 눈먼 자들아눈썹 위에 풀풀풀 내리는 꽃비 속에젖빛 하늘 한 자락을 차게 안아라빈 가슴을 스쳐 지나는 맑은 바람결살아 생전의 모든 죄란 죄다 모두어 날려 보내고머릿결 곱게 날리면서처음으로 노래라도 한 자락 불러라사랑이여 사랑이여홀로 혼자서 빛나는 너온 세상을 무너뜨려서거대한 빛그 무지無地한 손으로언뜻우리를 하늘 위에 와 있게 하느니.- 시집 『화사기花史記』(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