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라일락꽃빛소리 라일락꽃빛소리 홍해리(洪海里) 아스팔트 위 기진한 아지랭이 벅찬 신열로 자주꽃 속을 넘나드는 금빛새 종종종 자릴 옮기며 피고 있다 꽃술마다 오르는 불길 모닥불에 묻히는 하늘 불을 지피는 여학생들의 발뒤꿈치 하얀 어질머리 가락 꽃사태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암내같은 한 다발.. 시집『우리들의 말』1977 2005.11.04
<시> 빛나는 계절 빛나는 계절 洪 海 里 예식장 가는 길목 조그만 꽃집 주인은 외출 중 꽃이 피어 있다 비인 공간을 가득 채운 천阡의 얼굴 파뿌리도 보인다 예식장 지하 신부 미용실 몇 송이 장미꽃의 분홍빛 친화 그들의 손과 손 사이 참숯으로 피일 저 서늘한 신부 호밀밭을 들락이던 바람을 타고 살찐 .. 시집『우리들의 말』1977 2005.11.03
<시> 어느 날 어느 날 홍해리(洪海里) 어느 날 갑자기 자주빛 라일락 꽃은 터져서 신명이 난다 신명난다 뿌리 주변에 모여 있던 은빛 처녀들 영혼의 비인 잔에 불빛을 담아 땅 위에 뛰어나와 춤추고 있다 지상의 어둠을 모는 바람 사이 금빛 혀가 튀고 있다 무수한 웃음소리를 데불고 오는 섬섬옥수 고.. 시집『우리들의 말』1977 2005.11.03
<시> 잠 속에서 잠 속에서 洪 海 里 일어나자 일어나자 시 한 편 쓰지 못하고 지샌 어둡고 긴긴 겨울밤 웅크리고 눈감은 채 지샌 겨울밤 부질없고 어리석은 우리들의 꿈 말라빠진 풀잎처럼 흔들리었다 설한풍 설한풍 음산한 바람소리 덧없이 밟혀 밟혀 죽어버린 채 언 땅속 긴긴 잠에 발을 잠그고 저 머.. 시집『우리들의 말』1977 2005.11.03
<시> 백목련 백목련白木蓮 홍해리(洪海里) 달빛이 깨어지게 시리던 밤에 하늘에서 내려온 소복의 여인 나뭇가지마다 끝끝으로 앉아서 하이얀 비둘기를 날리고 있다 하늘 끝까지 하늘 끝까지 파도치며 오르는 날갯짓소리 한밤의 맑디맑던 잠을 데불고 사라지는 아침의 서늘한 바람 새벽달만 조각조.. 시집『우리들의 말』1977 2005.11.03
<詩> 가을 가을 洪 海 里 만났던 이들을 모두 버리고 이제 비인 손으로 돌아와 푸른 하늘을 보네 맑아진 이마 오랜만에 만나는 그대의 살빛 무명無明인 내가 나와 만나 싸운다 - 시집『우리들의 말』(1977) 시집『우리들의 말』1977 200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