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봄날 - 치매행致梅行 · 106 洪 海 里 비는 몸을 재끼면서 하늘거리는 몸짓으로, 아프게 팔랑팔랑 내리고 세상을 화안하게 밝혀서 푸석한 가슴속 오랫동안 잊고 살던 그리움 하나 깨어나고 있다 이 비 내리며, 멎으며, 겨우내 그리워하던 목숨들 물오른 목청 틔워 짝 찾아 나서고 모두들 숨이 가빠 색색대는데 수줍은 애잎들 달거리하듯 연둣빛 숨을 토해낼 때 하늘로 하늘로 오르는 아지랑이 취한 듯 어지러워 죽을 듯 어지러워 아내는 유치원 가고 홀로 남아 집 지키는 막막한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