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봄날
- 치매행致梅行 · 106
洪 海 里
비는 몸을 재끼면서
하늘거리는 몸짓으로, 아프게
팔랑팔랑 내리고
세상을 화안하게 밝혀서
푸석한 가슴속
오랫동안 잊고 살던 그리움 하나
깨어나고 있다
이 비 내리며, 멎으며,
겨우내 그리워하던 목숨들
물오른 목청 틔워 짝 찾아 나서고
모두들 숨이 가빠 색색대는데
수줍은 애잎들 달거리하듯
연둣빛 숨을 토해낼 때
하늘로 하늘로 오르는 아지랑이
취한 듯 어지러워
죽을 듯 어지러워
아내는 유치원 가고
홀로 남아 집 지키는 막막한 봄날.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7월이 오면 - 치매행致梅行 · 108 (0) | 2014.04.30 |
---|---|
<시> 절벽 - 치매행致梅行 · 107 (0) | 2014.04.30 |
<시> 천수만 수묵화 - 치매행致梅行 · 105 (0) | 2014.04.30 |
<시> 은향銀鄕을 찾아서 - 치매행致梅行 · 104 (0) | 2014.04.29 |
<시> 동짓달 열사흘 달 - 치매행致梅行 · 103 (0) | 2014.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