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리 시인의 사모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듣고 시인의 치매행을 다시 읽어본다. 매화로 가는 길도, 집으로 가는 길도 당분간 캄캄하실 듯하다. 봄은 몸에서 핀다 - 치매행(致梅行) 99 / 홍해리 몸에 뿔이 돋아나면 봄입니다 뿔은 불이요 풀이라서 불처럼 타오르고 풀처럼 솟아오릅니다 연둣빛 버들피리 소리 여릿여릿 풀피리 소리 속없는 사람 귀를 열고 닫을 줄 모르는 한낮 봄은 몸에서 피어나는데 봄이 봄인 줄 모르는 사람 하나 있습니다 꽃이 꽃인 줄 모르는 사람 하나 있습니다. - 『치매행(致梅行)』, 황금마루, 2015. * 임채우 시인은 발문에서 홍해리 시인을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수염 덥수룩한 노인에 견주며, “노인은 기력이 다하지 않는 한 바다로 나가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홍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