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을 읽다 6

<시> 장을 읽다

장醬을 읽다 洪 海 里 그녀는 온몸이 자궁이다 정월에 잉태한 자식 소금물 양수에 품고 장독대 한가운데 자릴 잡으면 늘 그 자리 그대로일 뿐---, 볕 좋은 한낮 해를 만나 사랑을 익히고 삶의 갈피마다 반짝이는 기쁨을 위해 청솔 홍옥의 금빛 관을 두른 채 정성 다해 몸 관리를 하면 인내의 고통이 있어 기쁨은 눈처럼 빛나고 순결한 어둠 속에서 누리는 임부의 권리. 몸속에 불을 질러 잡념을 몰아 내고 맵고도 단맛을 진하게 내도록 참숯과 고추, 대추를 넣고 참깨도 띄워 자연의 흐름을 오래오래 독파하느니 새물새물 달려드는 오월이 삼삼한 맛이나 유월이년의 뱃구레 같은 달달한 맛으로 이미 저만치 사라진 슬픔과 가까이 자리잡은 고독을 양념하여 오글보글 끓여 내면 투박한 기명器皿에 담아도 제 맛을 제대로 내는 장醬이여,..

[스크랩] 월간『우리시』의 시와 딱지꽃

어제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제주에서도 인명人命 피해가 생겼다. 여름 내내 제주시 쪽에는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 몇 달 동안 들볶더니…. 『우리시』 2007년 9월호에서 뽑은 시 5편을 이 여름 틈틈이 찍은 딱지꽃과 함께 내보낸다. 생명과 자연과 시를 가꾸는 『우리시』는 사단법인 우리詩진흥회(..

<詩評> 실물과 독백 사이 / 김석준 // 장醬을 읽다 / 洪海里

실물과 독백 사이 |김석준(시인·문학 평론가) 시는 원래 파롤이다. 말의 직접성, 의사소통 그리고 대화적 관계를 통한 내적 울혈의 해소. 시의 말들은 말들을 위한 말의 잔치가 아니라, 말의 현전화를 통해서 이 세계를 길항 소통시키는 데 있다. 청량한 의미의 집적체, 발화된 순간 깨어 움직이는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