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림 3

팔베개 - 치매행 · 65

팔베개 - 치매행 · 65 洪 海 里 ​ 아기가 엄마 품에 파고들 듯이 아내가 옆으로 들어와 팔베개를 합니다 그냥 가만히 안고 있으면 따듯한 슬픔의 어깨가 들썩이다 고요해집니다 깊은 한숨 소리 길게 뱉어내고 아내는 금방 곯아떨어지고 맙니다 마른 빨래처럼 구겨진 채 잠이 듭니다 꽃구름 곱게 피어날 일도 없고 무지개 뜰 일도 없습니다 나도 금세 잠 속으로 잠수하고 맙니다 생生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 보다 가벼워도 무거운 아내의 무게에 슬그머니 저린 팔을 빼내 베개를 고쳐 벱니다. ​ ------------- ​ "치매는 치매(癡呆)가 아니라 치매(致梅)라 함이 마땅하다, 매화에 이르는 길이다." 시인의 말이다. 무념무상의 세계, 순진하고 무구한 어린이가 되는 병이기에 치매(致梅)라고 부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