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순시학 2

<감상> 죽순시학竹筍詩學 / 금강

죽순시학竹筍詩學 洪 海 里  죽순은 겨우내 제 몸속에 탑을 짓는다아무도 소리를 듣지 못하는 물탑이다봄도 늦은 다음 푸른 비가 내려야 대나무는 드디어 한 층씩 올려 탑을 이룬다때맞게 꾀꼬리가 뒷산에 와아침부터 허공중에 금빛 노래를 풀면대나무는 칸칸마다 질 때도 필 때처럼 선연한동백꽃이나 능소화 같은 색깔의 소리를 품어드디어 빼어난 소리꾼이 된다. 숨어 사는 시인이 시환詩丸을 물에 띄우듯대나무는 임자를 만나 소리 한 자락을 뽑아내니산조니 정악이니 사람들은 이름을 붙인다몇 차례 겨울을 지나 대나무가 되고 난 연후의 일이다.   - 월간《우리詩》2019. 12월호. 마디마디 맺힌 말봄이 익도록 기다리다가한 번은 꿀꺽 삼키다가더는 참을 수 없이푸른 비 더듬어 쌓은 것이소리의 탑이라니. 허공에 풀린 새의 노래순에 ..

<시> 죽순시학竹筍詩學

죽순시학竹筍詩學 洪 海 里  죽순은 겨우내 제 몸속에 탑을 짓는다아무도 소리를 듣지 못하는 물탑이다봄도 늦은 다음 푸른 비가 내려야 대나무는 드디어 한 층씩 올려 탑을 이룬다때맞게 꾀꼬리가 뒷산에 와아침부터 허공중에 금빛 노래를 풀면대나무는 칸칸마다 질 때도 필 때처럼 선연한동백꽃이나 능소화 같은 색깔의 소리를 품어드디어 빼어난 소리꾼이 된다. 숨어 사는 시인이 시환詩丸을 물에 띄우듯대나무는 임자를 만나 소리 한 자락을 뽑아내니산조니 정악이니 사람들은 이름을 붙인다몇 차례 겨울을 지나 대나무가 되고 난 연후의 일이다.    - 월간《우리詩》2019. 12월호. 마디마디 맺힌 말봄이 익도록 기다리다가한 번은 꿀꺽 삼키다가더는 참을 수 없이푸른 비 더듬어 쌓은 것이소리의 탑이라니. 허공에 풀린 새의 노래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