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2

죽음竹音

죽음竹音 洪 海 里 죽음이란 말이 왜 그리 무거운가 죽음은 대나무가 내는 소리가 아닌가 한 칸 한 칸 쌓아 올린 빈 탑마다 세상의 소리를 다 모았으니 그 얼마나 황홀한 궁전인가 날마다 펼치는 궁정음악회 우주의 소리란 소리 청아하고 애절한 소리를 다 모아 들려 주는 합창이니 죽음이란 얼마나 눈물겨운 공양이요 공연인가 백조가 마지막으로 들려 주는 울음이 아닌가 우리도 기왕에 한 말씀 남기려면 대나무 우는 소리가 어떨지 땅 속으로는커녕 대처럼 옆으로 뻗지도 못하고 무한 천공으로 치솟아 보지도 못 했으니 언제 세상 소리 다 모아 땅과 하늘을 이어 볼 수 있겠는가 대[竹]는 죽은 후에도 모든 소릴 뽑아내니 우리가 죽는다는 것도 죽은 대나무 소리를 따를 일이 아닐런가 마당가 몇 그루 오죽烏竹이 한겨울에 얼어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