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2

<시> 편지

편지 洪 海 里 절정에 닿기 전 내려올 줄 아는 이 그의 영혼 내 처녀처럼 아름답다고 눈물 찍어 그대에게 연필로 쓴다. 산에 오른다고 바랑을 메고 다니면서도 아래 너른 세상을 어찌 못 보았던가 꽃도 활짝 피면 이미 지고 있어 넋이 나간 빈집인데 나의 마음 한자락 한자락마다 고요처럼 그윽한 충만이었던가 한때는 정점이 가장 높고 너른 세상 지고의 삶이라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절정이란 한 점, 찰나일 뿐 위도 아래도 없고 앞도 뒤도 없다 바람 거세고 모래알 날리는 그곳 그립지 않은 것은 마음이 비어 있기 때문 사랑이란 찰나의 홀림 절정에는 이르지 말고 불타는 성전이나 구경할 일이다. 나의 전부인 너를 사랑한다 자연이여, 우주여 이것이 시에 대한 내 영혼의 고요 문법이라고 그대에게 띄운다. - 시집『독종』..

<편지> 다시, 비 내리는 날에/김판용(시인)

홍해리 시인께, 비가 내리네요. 어떤 분은 그래서 커피맛이 더 좋다고 하던데.... 그런 여유 누리고 계신지요? 저도 그분 유혹에 그리 좋아하지 않는 커피를 곁에 두고 있습니다. 남부지방은 태풍으로 비가 많이 온다고 하는데 별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주에는 일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대학 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