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만선虛空滿船의 시학- 洪海里 시집 『정곡론正鵠論』 윤정구(시인) 노을빛 곱게 비낀 저녁 주막집 무너진 담장 아래 타는 샐비아 한잔 술 앞에 하고 시름하노니 그대여 귀밑머리 이슬이 차네.- 「한로寒露」 전문. 홍해리 시인이 스물두 번째 신작시집 『정곡론』을 보내오셨다. 정곡正鵠이란 말 그대로 과녁의 한가운데를 일컽는 말로 사물의 가장중요한 핵심을 가리킨다. 시집 제목 자체가 거두절미하고 나를 긴장시켰다. 내가 한 번이라도 시의 심장을 찌른 적이 있었던가? 독자의 가슴에 가 닿기라도 한 나의 시가 있었던가? 터럭 끝이라도 건드릴 것을 염두에 두고 화살을 당기기는 하는 것일까? 시집을 열자 처음 만난 시는 「시작 연습詩作鍊習」이다. 연습도 밧줄을연상케 하는 練자 대신 불에 달군 쇠사슬을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