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푸른 느낌표!』2006

洪 海 里 2006. 12. 6. 16:37

귀   

  

우이동 골짜기

귀 씻는 샘이 있지

세이천洗耳泉!

누구나 이곳에 와

귀를 씻으면

세상의 더러운 소리

다 씻겨 나가지

풀 바람 바위의 말씀

비로소 귀에 들리는

순한,

아주 순한 귀가 되지

귀병원 다녀봐야

낫지도 않는

가렵고 욱신대는 긴긴 가을밤

뜰에 나서면

하늘은 낮인 듯 푸르고

흰구름도 흩어져 피어 있는데

동녘 하늘엔 별들이

풀꽃처럼 웃고 있네

쏴 쏴아 쏴아하 쏴아아하! 불던

솔숲의 바람소리

찌입 찌이 찌입 찌찌찌입! 하던

숲 속의 새소리

눈으로 듣든 손으로 보든

꽃은 꽃이고

바람은 바람인데

마을로 내려와 다 잠든 밤

귀만 홀로 깨어   

우주의 고요를 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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