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洪海里 시집『淸別』(1989)에서 · 3

洪 海 里 2009. 10. 12. 05:21

  洪海里 시인 

   시집『淸別』1989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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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동 일지 2 - 출판 기념회 / 홍해리

 

이생진 시인의 열 번째 시집
『섬에 오는 이유』를 안고
우이동 다섯 시인들 못난 시인들
〈충무집〉부두에 앉아 소주를 털면
가슴마다 무인도가 솟는다
그는 바닷바람, 파도, 갈매기 가슴
입을 열어 말을 피울 때마다
그대로 한 송이 시인 그
『시인의 사랑』은 그의 열한 번째 섬
시인이 시를 낳지 않으면
시인이 아니지
젊어서 많이 써야 늙어서도 많이 쓴다고
석녀시인이 되지 말라고
안 마시던 소줏잔을 털어넣으며
조용 조용 그러나 뜨겁게 뜨겁게
가슴을 열어 소쩍새처럼 울다
백운대 등대탑에 서서
서울바다를 막막히 막막히 바라본다
뱃고동소리 들리지 않고
부둣가 갯내음도 풍기지 않는
그러나 사람들이 쪽배가 되어
흔들리는 망망대해
백운대섬의 등대지기인 그
뿌연 바다로 바다로 무적을 올리고 섰다.

 

 

                                                                         이생진 시인님

 

우이동 일지 3 - 어느 날 / 홍해리

 

꼭두새벽 일어나 조반상 받고
혼자서 밥상머리 수저를 들면
사는 일 눈물겨워 목이 메이네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도 나고
어릴 적 떠나 버린 여동생 순이
어린 것들 잠자리 뒤채이면서
동화 속 왕자 공주 미소하는데
그믐달이 해적선처럼 떠 있는
섣달 스무여드레 새벽녘 길
연탄개스 정다운 골목길 따라
뿌연 안개 털어내는 구두발자국
머잖아 이 마을에 눈이 내리면
백운대 인수봉이 한결 높으리
바람소리 더욱 높아 귀를 잃고
구름장 팔을 휘휘 내저으며
비인 가슴으로 노래하리라
한 해가 저무는 해질녘에
세밑의 꿈조각을 엮어 매닮은
칙칙하고 허기진 눈물의 거리
따스한 저녁 연기 그리운 마을
돌아와 하루 일의 먼지를 털며
동치밋국 한 사발로 목을 적시네.

 

 

Momentos Rurais

 

 

우이동 일지 7 - 기쁨 한 닢 / 홍해리

 

백암연봉 병풍 아래
포근히 모여 사는 사람들
아침이면 떠나갔다
저녁이면 찾아드는 정다운 마을
버스표 한 닢으로
모든 것을 내어준다
푸른 숲도 맑은 계류도
산자락의 푸짐한 샅도
희고 푸는 바위산의 높이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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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동 일지 9 - 이곳으로 오라 / 홍해리

 

모래 속에서 헤매는 이들
달을 잃은 사람들
어머니가 없는 사람들
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뻐꾹새 소쩍새 소리로 고향을 찾고
바람소리 물소리로 꿈을 찾는
산이나 나무, 계곡, 사람까지
그대로 한 편의 시인,

상처 받은 날개가 치유되는
사랑의 뿌리가 벋어나는
솔바람에 귀 트고 눈 씻고
진달래 철쭉으로 소년이 되는,

시래기국 냄새 아직도 구수하고
흙냄새 살이 찌는 그리운 마을
紫府仙人들이 모여 사는
서울의 고향 우리들의 우이동.

 

The Stretch

 

 

우이동 일지 15 - 다시 봄날에 / 홍해리

 

내가 너에게
흘러 넘치고

네가 나에게
넘쳐 흐를 수 있다면

사랑한다는 말이
얼마나 부질없으랴

그러나 비리고 떫은
이 젊은 피

그냥 고이고 고여서
홀로 타오를 뿐.

 

 

Momentos Rurais

 

 

우이동 일지 16 - 사랑에게 / 홍해리

 

웬일로 오늘은 아침부터 칠흑빛 하늘
검은 물감을 몇 만 드럼이나 풀었는지
네가 그립구나, 별이여, 네가 보인다
오늘은 아침부터 내 가슴에 네가 뜨누나

 

 

 

 

우이동 일지 18 - 파밭을 지나며 / 홍해리

 

멀리서 보니 그냥 초록빛 섬이더니
나라 안 환장한 사내들이 다 모였다
하늘 향해 발랑 드러누워 힘자랑을 하고 잇다
오직 꿋꿋한 헐떡거림이 속수무책이다
"그만, 그만, 죽어요! 오오, 하늘님!"
사내들은 일제히 열병을 하고 있다.
하늘을 향해 대가리를 세우고 총을 쏘아댄다
독약을 마신 사내들의 꽃불놀이
방약무인 천하장사들 초록빛 사태났다!

 

 

 

 

우이동 일지 20 - 바다에서 돌아오니 / 홍해리

 

 

눈으로 들어온 바다는
푸른빛으로 살아나고,

귀로 들어온 바다는
파도로 출렁이고,

가슴으로 들어온 바다는
섬으로 솟아오르고,

발바닥을 간질이던 바다는
갈매기가 되어 하늘에 뜨고.

 

 

With Yaks over the Hindukush Mountains

 

 

 우이동 일지 21 - 겨울 여행 / 홍해리

 

 

우리는 초라한 겨울 철새
마음이 고파
따뜻한 남쪽 나라
이름 없는 섬 바다를 찾아
그리운 흙 냄새 맡으며
땅 가까이 야트막히 날으며
남으로 남으로 간다
끼룩 끼이룩
서로를 토닥이며
영하 11℃의 서울 하늘
막막한 바다를 떠나 외딴섬을 찾아간다
외롭다 외롭다 어깨를 두드리며
끼룩 끼이룩
우리는 바다에 가서
무엇이 될 수 있을까
갈매기는 마음대로 하늘을 가르고
바다는 수정 물빛 자랑하는데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무엇을 들을 수 있을까
끼룩 끼이룩
남으로 남으로 날아간다.

 

Peshawar Dream and Reality

 

 

異說 놀부論 / 홍해리


그리운 섬 그대여
비유가 없는 이 시대
풍자가 없는 이 나라
바닷속에 숨었다 드러났다 하는
파랑도 같은 그대
그리운 섬이여.

지리한 장마 끝
하늘 터지며
반짝이는 웃음소리
언뜻 스치는
낯익은 얼굴
금빛 그리움이다.

기갈의 시대
물 만난 털난 미꾸라지
비맞은 호박잎의 물방울
솔밭 푸르른 바람소리다
챔피언을 한 방에 뉜 KO 펀치다
술 깨는 새벽녘의 냉수 한 사발이다.

재벌 총수의 늘어진 불알을 물어뜯는
벼룩이다, 벼룩!
아니면
악어의 눈물이다
어둠 속에서 모이 쪼는 새
그 눈빛이다
허구의 꽃이다.

잘 익은 보리밭의 깜부기
또는 그 위로 솟구치는 종달새의 비상
뒤돌아보면
추억은 금빛 그리움
함박눈으로 내리고 있다.

  

洪海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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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무 시인의 블로그(http://blog.daum.net/dongsan50)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