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洪海里 시집『淸別』(1989)에서 · 2

洪 海 里 2009. 10. 12. 05:27

洪海里 시집『淸別』(1988)에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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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해리 시인 

   시집『淸別』1989 에서  

 

 

시인 이생진 - 인물시 1 / 홍해리

 

바다한테 설교를 시켜 놓고
산에 오르면
바다는 온종일 방언을 지껄이고
섬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친다
산을 걸어내려오는 바람
바다 위에 서성이는 구름, 모두
그의 눈썹 아래선 순한 양이 된다.

 

 

                                                                                            이생진 시인님

 

시인 임보 - 인물시 2 / 홍해리

 

우이 숲속 바위벼랑 깊은 암자에
감로주를 즐기는 키 작은 도사
지필묵 곁에 두고 종일 앉아서
심장을 꺼내들고 종일 앉아서
흥얼흥얼 시 한 수 읊조리다가
약수 한 대접 벌컥벌컥 들이켜고
진달래꽃 찾아서 산을 오른다.

 

 

                                                                                 임보 시인님

 

주현미 - 인물시 5 / 홍해리

 

 

중년 사내들
핏속에
살의 집을 지어 놓고,

아궁이마다
불덩어리를
쑤셔 넣은,

그래서
밤낮없이 타오르는
참숯,

토옥, 톡
튀어오르는
불티,

간살스런
불꽃, 꽃불을
모른 척,

시치미떼는
흑장미
한 송이.

 

 

 

 

 

개나리 - 꽃시 2 / 홍해리

 

그대는
땅 속의 사금가루를 다 모아
겨우 내내
달이고 달이더니,

드디어
24금이 되는 어느날
모두 눈감은 순간
천지에 축포를 터뜨리었다.

지상은 온통 금빛 날개
종소리 소리 …
순도 100%의 황홀
이 찬란한 이명이여.

눈으로 들어와
귀를 얼리는
이 봄날의 모순을
누구도 누구도 어쩌지 못하네.

 

 

 

 

꽃양귀비 - 꽃시 4  / 홍해리

 

 

얼마나 먼 길을
달려왔기로,

새빨갛게 달아올라
넋을 놓는가.

귀 따갑게 쏟아지는
한낮의 햇살,

널 끌어안고
만신창이 만신창이 불타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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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 - 꽃시 5 / 홍해리

 

 

보석 같은
한 알의 씨앗
저 고운 살 속에 묻고.

오만간장 녹아내려
들개도 옆구리에 날개가 돋는
오, 유월의 입술이여!

네 앞에서는 목이 말라
풀물들도록
선연한 풀물들도록
차라리 풀밭에 뒹굴까 보다.

쟁쟁쟁 빛나는 햇살과
저 푸른 산의 당당함 아래
우리들 사는 일도 물이 오르고,

드디어 너는
속저고리 안섶을 푸니
선혈, 선혈이로다, 앵두여.

 

 

 

 

옥매원 - 꽃시 6 / 홍해리

 

 

玉梅園에 가서 나는 보았네
백매 홍매 정답게 피어 있는 걸
그것도 남편은 단엽 설중매
아내는 연분홍 홑꽃 가슴
새빨간 비매로 타오르는 아이들
그 빛 하늘까지 그윽히 밝혀
아쉽게 돌아오는 서울길 따라
매콤하니 파고드는 짙은 暗香

 

 

* 옥매원은 충북 옥천군 이원면 강청리에 있는 

   곽종옥 씨의 매화밭임.

 

 

 

대금산조 / 홍해리

 - 耘波 송성묵 명창의 연주를 듣고


 

쌍골대 마디마디 구멍을 뚫어
여섯 개의 지공을 파고
청공 하나 칠성공 두 개
아홉 구멍이 취공의 호흡 따라
현현묘묘 울리는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땅바닥에 좌정하고
젓대를 잡자
유구한 시간이 멎고
무변한 공간이 사라진다
천지간 적멸의 순간
사위가 태산처럼 고요하다.

드디어 취공에 혼을 불어넣자
안개가 울기 시작한다
어둠이 일어서고
고요가 꿈틀댄다

태산에서 샘이 솟는다
이승이 저승
저승이 이승
온몸의 피가 탄다
땅 속에서 용암이 분출하고
천지가 진동한다.

갑자기 끊어질 듯 이어지는
한 많은 젊은 홀어미 흐느낌소리
길게 길게
애끓는 울음소리
남의 간장 다 녹이다
소리없이 돌아서 사라진다.

피울음도 통곡도 다 부려 두고
가는 사람, 가는 사람아
버려라 버려라
모두 다 버려라
너도 버리고 나도 버려라
티끌세상 티끌세상 모두 버려라.

다시 이 산 저 산을 이어
무지개 무지개 쌍무지개 핀다
구름이 가듯 달이 가듯, 아니면
꿈인 듯 꿈 속인 듯
아아, 고요해라 고요해라

천년 묵은 바위를 뚫고
내리치는 고승의 할!
폭풍이 친다
이마에서 번개가 일고
천둥이 튄다, 이윽고
폭포가 되어 맨몸으로 떨어진다.

일순
배고픈 아이
젖 찾아 보채는 소리
꽃이 버는 듯 잎이 피는 듯
수수밭가 저녁하늘을 흔들다
적막강산 학이 날은다
천년, 천년 세월이 가듯.

그 녀석 어느새
수숫대처럼 자라 사랑을 하는구나
그리움에 불이 붙은 심장
아, 뛰는 심장이여
환희에 젖은 불꽃이여
태풍이여 물바다여 황홀이여.

혓바닥으로 화살을 쏜다
가슴마다 명중이다, 명중!
순간 바람이 차다
갑작스런 안개바다, 바닷안개
네가 보이지 않는다
나도 보이지 않는다.

바람소리 잡고
청대밭 가득 일렁이는
칠흑의 치맛자락 슬리는 소리, 소리
날샐 무렵
옥류천 모래알 구르는 소리
산빛 가득 담고 흐르는 명경지수
명경지수 맑은 물소리.

아아, 끝내는 이마에 땀이 차고
선녀들이 춤을 춘다
소리로, 혼으로 짓는 춤사위
백옥 같은 발이 간간 드러나다
쭉 벋은 곧은 다리
천상에 노닐던 저 백옥의 다리
땅을 힘껏 걷어차고
가쁜 숨 몰아내며 날아오른다.

희미한 수묵색 산하
금사은사로 내리는
교교한 달빛
가뭄천지에 내리는 빗줄기이다가
소리없는 이슬비다
마음은 젖어 비워지고
가없는 허공중에
나는 없고 소리만 살아 있다
표표한 가락으로
소리만, 울림만 살아
천지의 잠을 깨우고 있다.

 

 

 

 

茶話 / 홍해리

 

 

화계사 골짜기
꽝꽝 얼음장
누가 깔아 놓았는지
돗자리 한 닢
밤이면
미수의 흰 바지
은하의 분홍 치마
둘이서 산을 밝힌다 하네
밤새도록 하늘까지 밝힌다 하네
새벽녘 까치들이 눈곱 떨기 전
하얀 눈썹날개 잡아타고
나는 듯이 산을 내리고
치맛바람 하늘로 날아오르고
다시 한밤이면
은핫불 밝혀 놓고
얼음장 위 돗자리
온 산을 향내로 감싼다 하네
밤새도록 온 하늘 감싼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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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임보, 박희진, 홍해리 시인님

 

화신花信 / 홍해리

 

 

붕어가 알을 까고
사내가 미워질 때,

뒷산에 소쩍새 울고
진달래꽃 벙글어라.

계집들 왼쪽 옆구리
연두색 달이 뜨면,

외짝 날개 외짝 날개
목마르게 바람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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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海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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