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 겨울 밤에 께어서 外 5편

洪 海 里 2009. 12. 14. 21:16

Luna Nueva (casi)

 

겨울밤에 깨어서 / 홍해리

 

깊은 밤의 칠흑을 다 이겨서
전신으로 빚어내는
긴긴 밤을 갈증으로 출렁이는 해일같이
넘쳐나는 슬픔으로 빚어내는
가슴속 활활 지피는 열기
그 짙은 흙냄새로 빚어내는
아름답고 곧은 말씀 하나를
그대는 멀리 서서 바라만 보고
한 걸음 다가서면
두 발짝 물러서서
눈 감고 귀 막고 있는 그대여.

나의 노래여
시린 손 호호 불어 그대를 빚으면
허공중에 떠도는
싸늘하니 창백한 별이 하나
벗은 몸으로 반짝이고 있나니
내 이제 훌훌 벗어 던지고
떠나리라
드넓고 막막한 어둠속 벌판으로
답답하고 아득한 가슴을 열고
싸늘한 대지 위에
뜨거운 별의 씨앗을 뿌리며
헤매리라
끝없는 바람의 뿌리를 움켜잡고.

              - 시집『우리들의 말』(1977)

 

 Lunar Eclipse

 

앞에 서면 / 홍해리

 

천상천하의
바람도 네 앞에 오면
춤, 소리없는 춤이 된다
시들지 않는 영혼의,
적멸의 춤이 핀다

별빛도 네게 내리면
초록빛 에머랄드 자수정으로
백옥으로 진주로
때로는 불꽃 피빛 루비로 타오르고
순금이나 사파이어 또는 산호
그렇게 너는 스스로 빛나는데

난 앞에 서면
우리는 초라한 패배자
싸늘한 입김에 꼼짝도 못한다
언제 어디 내가 있더냐
일순의 기습에 우리는
하얗게 쓰러진다

천지가 고요한 시간
우리의 사유는 바위 속을 무시로 들락이고
때로는 하늘 위를 거닐기도 하지만
무심결에 우리를 강타하는
핵폭탄의 조용한 폭발!

드디어 우리는
멀쩡한 천치 백치 ……
가장 순수한 바보가 된다
소리도 없고
움직임도 없는 춤사위에 싸여
조용히 조용히 날개를 편다.

                  - 시집『은자의 북』(1992)

 

 Road to Summer

 

하늘 보고 면벽하네 / 홍해리

 

처서 가까운 날을 잡아
우이동 골짜기 들어
물 위에 자리 펴고
술잔을 띄우다
마지막 매미소리 까무러치는
초록빛 산천의 날빗소리
우이동 시인들도 눈이 감겨서
빗소리로 온종일 젖고 있네
하늘 보고 면벽을 하고 있네.

           - 시집『투명한 슬픔』(1996)

New Moon

 

나무에게 경배를 / 홍해리

 

한 그루 나무로 서고 싶네

땅 속 깊이 뿌리 박고
푸른 하늘에 손을 흔드는

때가 되면
아낌없이 나뭇잎을 떨어뜨려
시린 발등을 덮어주고

겨우내 하얀 잠 속에 빠져
모두 잊어버리는 망각의 여유와

푸르른 녹음으로
지친 영혼을 쉬게 하는

연초록 고운 이파리
칼보다 강한 봄날의 나무이고 싶네

사람이 사람이기를 포기한
인간들이여

녹색, 초록빛에의 외경심으로
푸른 풀, 나무에게 경배하라

그대의 조상이요, 힘이요, 원천이요, 역사인
세월이 가면 화석이 되고, 다시
생명의 불을 밝혀 줄

먼먼 한 그루 나무이고 싶네.

                    - 시집『투명한 슬픔』(1996)

 

 

...noname...

 

 

무위無爲의 시 / 홍해리

- 愛蘭

 

너는 
늘 
가득 차 있어
네 앞에 서면
나는
비어 있을 뿐 ㅡ
너는 언제나 무위의 시 
무위의 춤
무위의 노래
나의 언어로 쌓을 수 없는 성
한밤이면
너는 수묵빛
사색의 이마가 별처럼 빛나, 나는
초록빛 희망이라고
초록빛 사랑이라고
초록빛 슬픔이라고 쓴다
새벽이 오면
상처 속에서도 사랑은 푸르리니
자연이여
칠흑 속에 박힌 그리움이여
화성華星의 처녀궁에서 오는
무위의 소식
푸른 파도로 파도를 밀면서 오네.

                    - 시집『愛蘭』(1998)

 

 

Noname

 

 

글 쓰는 일 / 홍해리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다 보면
구석구석 채이는
삶의 쓰레기

한 몸에 마음 넣고
살다가 보니
가슴에 뜬 구름장
무게만 늘어

부질없는 꿈 한 자락
접지 못하고
허리 아래 이는 바람
허섭스레기

글쓰는 일 그러하여
졸작 태작 쌓이니
하찮은 잡동사니
옆머리만 허옇네.

          -시집『투명한 슬픔』(1996)

 

 

洪海里 시인

블로그/ http://blog.daum.net/hong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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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무 시인의 블로그(http"//blog.daum.net/dongsan50)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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