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나무에는
죽어도 새가 깃들지 않는다
둥지를 틀 마음도 없다
보금자리 치는 사랑도 없다
집이란 그늘이 깃들지 않는 곳
그늘이 짙으면 풀이 나지 않는다
시도 싹을 틔우지 않는다.
명창정궤의 시를 위하여- 중 일부
도서출판 우리글 대표시선17.
『비밀』홍해리 시집.2010. 04
문틈에 사선으로 들어오는 햇빛줄기를 쳐다 보다가 문득,
엄습하는 한기를 햇살에 녹이고 싶어졌다.
주섬 주섬 걸쳐입고 공원으로 나섰다.
꽤 오랫동안 시간이 흘러간 것 같은 느낌...생각해 보니, 근 한달여 동안 쏟아지는 잠에 취해서
비틀 거렸나 보다. 여기 저기 아프다가 곧 낫곤 했다.
남편은 아마 쌓였던 일독이 빠져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한다.
글쎄......그럴지도 모르겠다.
남들처럼 그렇게 사는 일에도 힘겨움이 떠나지 않는 듯 했는데,
한번 스쳐 지나간 고비들로 인해 가슴속에 두려움이 하나 생겼다.
또 다시 두려움 속에 빠지지 않기 위해 그냥 앞만 보고 달렸나 보다.
어디쯤 왔을까..
아직 아무것도 변한게 없는 것 같다. 단지 변한게 있다면 조금 ...덜 지치려고 노력한다는 거...
한참 시간이 정지 되었다가 , 아니 다른 기억의 세계로 유영하다 되돌아 온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이다. 햇살이 유난히 따스하고 생동감있게 느껴 졌으니까..
우체통에 갈색봉투가 담겨져 있다. 홍해리 우리시회장님으로 부터 온 시집이다.
신간이 나올때 마다 잊지 않고 보내주신다.
시는 웅크렸던 피부에 햇살이 와 닿을때의 안락함...그런 따뜻함과 편안함을 주는 힘을 가진 것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내게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는 그래서 내게 봐야할 이유가 되었다
그냥 봐야 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영화를 보다가 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시 속으로 서서히 흡수되는 그녀를 통해 내 모습을 보았다.
내 마음을 들 킨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는데, 한편의 시를 완성하는 그녀를 보고
잠에서 깬 듯했다.
시를 쓰는 일은 육체가 행하는 것처럼 영혼이 숨 쉬고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행위이다.
어떤 곡해나 구속도 용납되지 않는다
어떤 이념이나 주의도 필요없다
시 쓰기는 영혼의 자유 선언이다
시란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다
늘 설레면서 한편으로는 한 편 한 편 완성되는 이별이기 때문이다
시에서는 잘 익은 과일의 향기가 난다
그래서 한권의 시집은 잘 갖춰진 과일전과 같다
시는 호미나 괭이 또는 삽으로 파낸 것도 있고 굴삭기를 동원한 것도 있다.
목재소를 지날 때면 나무의 살 냄새가 향긋하다
나무의 피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나온다
목이 잘리고 팔이 다 잘려나가고 내장까지 분해되어도
도끼나 톱을 원망하지 않는 나무는 죽어서도 성자다
한자리에 서서 필요한 만큼만 얻으며
한평생을 보낸 성자의 피가 죽어서도 향그러운 것은
나일 먹어도 어린이 같은 나무의 마음 탓이다
사람도 어린이는 향기로우나 나일 먹으면 내가 난다
목재소를 지날 때면 나도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한 그루 나무 같은 시를 쓰고 싶다.
저자의 말 중에서-
출처 : 쉿! 시크릿 영양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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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리 시집 ‘비밀’ 출간
(서울=연합뉴스) 홍해리 시인이 열다섯 번째 시집 ‘비밀’(도서출판 우리글)을 냈다. '눈' '설마' '타작' '빈집에는 그리움이 살고 있다' '새는 뒤로 날지 않는다.' 등 총 88편의 작품이 실렸다.
홍 시인은 1969년 시집 '투망도'를 내어 등단. 시집으로 '화사기' '무교동' '홍해리 시선' '대추꽃 초록빛' '청별' '은자의 북' '난초밭 일궈 놓고' '투명한 슬픔' '애란' '봄, 벼락 치다' '푸른 느낌표' '황금감옥' '비타민' 등이 있으며 현재 사단법인 우리시진흥회 (월간 우리詩, 우이시낭송회, 도서출판 움)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도서출판 우리글.138쪽,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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