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洪海里 시인의 신작시 :「저런[切言] 詩」/ 손소운 (시인)

洪 海 里 2010. 6. 7. 13:35

 

     

  홍해리 시인                                             홍해리 시인의 신간시집 '비밀'

 

 

저런  시[切言] 詩 / 洪海里

 

  1

아무 일을 못해도

살아만 있어 달라고,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고,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홀로 두고 가지 말라고,

 

2

정금미옥精金美玉을 위하여

절·차·탁·마切蹉琢摩하는,

 

시인이여

시인이여,

 

살아 있는 시를 위하여

말을 자르고 또 자르노니,

 

3

퇴고 중인 시 한 편

오늘도 도끼에 맞아,

 

잘리고 쪼개지고

박살나고 있다.

 

다 죽어서

다시 살아날 나의 詩여 !

 

         - 洪海里 시인의 신작시집《비밀》에서 (48~49쪽 )

 

 

사람이 태어날 때는 생명을 절대로 잘라서는 안되겠지만 시인이 한 편의 시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자르고 또 자르고 그야말로 절,차, 탁, 마의 고통스러운 산고를 겪은 후에야 한 편의 새 시가 태어나게 된다

이렇게 무지무지하게 잘리고 잘린 후에 태어나는 시를 홍해리 시인은 정금미옥 (精金美玉)이라 이른다

 

내가 홍해리 시인의 시를 유독 좋아하며 자주 읽는 이유로는  홍해리 시인은 이 시대 혼탁한 문단에서 고고하게 시를 즐기며 시 다운 시를 만들기 위하여  이와 같은 정금미옥을 생산하기 위한 고통스러운 과정을 치루는 시인다운 시인이시기 때문이다 

시인이 자기가 쓴 시 가운데 한 글자라도 자른다는 것은 여간한 결단이 아니고는 매우 힘든 일이다

오늘날 넘쳐나는 시들 가운데 시말이 아깝다는 생각만으로 자라야 할 말을 자르지 못하고 군두더기 넝마 같은 모양으로 양산되는 시 같지 않은 졸시가 얼마나 많은가

 

洪海里 시인이  2010년 4월 26일 펴낸 시집《비밀》 4쪽, 시인의 말 '명창정궤明窓淨의 시를 위하여'  가운데

5쪽에서

 

"시인은 양파를 까는 사람이다

양파의 바닥을 찾아야 한다 

양파의 바닥에까지 천착하여 끽고喫苦해야 한다

철저히 벗겨  양파의  시작/씨앗/정수/처음을 찾아야 한다

늘 처음처럼 시작始作/試作/詩作해야 한다"

 

라고 말 하고 있다

 

참으로 시인다운 기상의 면모를 알게하는 좋은 말씀이다

거의 날마다 새벽 세 시

한 편의 살아있는 좋은 시를 만들기 위해 손을 본다

속진에 묻은 먼지를 말끔히 씻어 내고 깨끗한 냉수 한 대접을 마시고

심신을 정화한 다음 시를 쓴다

혼신으로 먹을 갈아 일필휘지로 일자동천하는 휘호와 같음이다

 

살아있는 한 편의 시를 만들기 위하여 잘 만들어진 시 임에도

아까운 말을 자르고 또 자른다

 

이렇게 막 자르고 나서도

또 자를 것이 없나 살피면서「막막」이라는 시를 다음과 같이 남긴다

 

막막

 

나의 말이 너무 작아

너를 그리는 마음 다 실을 수 없어

빈말 소리없이 너를 향해 가는 길

눈이 석 자나 쌓였다

 

 

그렇다 有字書 속에 無字書요 무자서 속에 유자서와 같음이 아니겠는가

자를 것 다 아깝지 않게 잘라 놓고

시를 향해 미안한 마음 그 빈말 소리없이 너를 향해 가는 길에  눈이 석자나 쌓였다니 

참으로 기가막힌 절묘한 수사다 

 

           ㅡ 孫素雲 시인의 '사색의 뒤안길'(http://blog.daum.net/andrea2430)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