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도 꼭지가 있다
洪 海 里
편안한 변기에 앉아 있어도
내 몸의 꼭지가 무르지 않을 때
끙끙거리다 수도꼭지를 틀면
쏴!
내리쏟는 물소리 얼마나 반가운가
내 몸도 꼭지가 돌아 시원스레 물이 쏟아지고
먼 길을 돌아온 황금빛 사상도 드디어
물속으로 텀벙! 가라앉는다
시원하다
내 몸이 거지나 패려한 딴꾼이라도
꼭지가 없으면
갈 길 찾지 못해 하루가 얼마나 답답하랴
한평생 오물받이 노릇만 하는
변기는 얼마나 건강하고 성스러운가
성소聖所를 더럽히는 나의 속된 작업은 얼마나 잔인한가
어두운 수로를 따라
바다로 흘러가는 오물은 시리도록 아름답다
찬란한 아침, 행복한 하루를 위하여
내 몸의 꼭지를 틀어 다오
내 몸은 변변치 못한 변기
아름다운 꼭지를 튼다.
* 패려한 딴꾼 : 말이나 행동이 도리에 어긋나고 사나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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