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시> 내 여자들, 네 女子들

洪 海 里 2011. 6. 13. 04:30

 

내 여자들, 네 女子들

 

洪 海 里



1. 아내[妻]

 

내게 밥을 해 주는 여자

뿌리치는 법은 없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때로는 시뻘겋게 울부짖다 폭발하는

시작과 끝내는 시간이 정확한

조강지처,

압력밥솥.

 

2.女子

 

원할 때마다 가슴 풀어 젖을 물리듯

항상 반찬을 준비하고 있는

헤픈 여자,

냉장고.

3. 애인愛人

 

시퍼런 혓바닥을 식식대며 숨을 몰아쉬는

냉랭하고 살기등등한

성깔이 불인

정이란 눈곱만큼도 없는

빠르고 편리한

식어버린 가슴을 금방 데워 주는

살살한 애인,

가스렌지.

 

4. 첩

 

숨겨 두고 급할 때마다 탐하는

비닐봉지 속의 고수머리  

순식간에 몸이 달아오르고

금방 풀어져 버리는 애첩,

라면.

 

5. 네 女子들


은근한 사랑은 꿈도 꾸지 마라

먹기만 하면 된다

먹으면서 기계가 되어가는 것들

이 딱딱한 물질세상!

                               (2006)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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