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 옥계 바닷가에서
洪 海 里
바다가 파도로 북을 치고 있었다
하늘과 땅이 두 쪽의 입술이었다
밤이 되자 별들이 하나, 둘씩 반짝이고 있었다
떠들썩하던 천년 소나무들이 바다를 읽고 있었다
달빛 밝은 우주의 그늘에서
두 쪽의 입술이 잠시 지상을 밝혀 주었다.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혼자서 우는 것은 곡哭뿐이다
'哭'에는 개 머리 위에 두 개의 입이 있다
이쪽은 저쪽이 있어서 운다
쪽쪽 소리를 내는 것은 존재를 확인하는 일
쪽은 색을 낼 때만 쓰는 것이 아니다.
- 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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