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자귀나무송

洪 海 里 2012. 7. 4. 06:30

 

 

 

 

자귀나무頌

 

洪 海 里

 

 

저녁 나절

몽롱히 취한 여자가

연분홍 실타래를 풀었다 말았다

동양을 꿈 속에 잠그고 있다.

등에 물을 끼얹으며

씻을 데 다 씻고 나서

한 사내의 넋을 불러내고 있다.

 

손마디 마디 녹아내린

밤 바람

어둠 속에서 달덩일 안고

죽어가듯이

풀과 하늘과 벌레를 수 놓으면서

정한 슬픔을 날리고 있다

 

저도 모르게 침 흘리는 사내 하나

깔깔대며 숱한 새 떼를

저녁 하늘에 날리고 있다.

다 잠드는 지구 위에

이슬은 고이 나려

사랑하는 이의 꿈을 적시고

드디어 동양을 꽃피우고 있다.  

                    - 시집『花史記』(1975)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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