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시> 신아리랑

洪 海 里 2013. 1. 3. 10:29

 

신아리랑

 

洪 海 里

 

 

정이란 무이자 할부처럼 치사한 것

정을 쏟을 때는 장미꽃 무더기로 피어났지

한때는 정을 통하고 이제는 정을 뗀다

정 각각 흉 각각일 때는 널 잡고 울었지

장미꽃은 아직도 담담하게 피고 있는데

너는 아무 저항 없이 일시불로 떠나가고

너무 빨리 마이너스 통장이 되어버렸지

환율은 바닥 모르고 끝없이 떨어지고

가슴속 절망의 파도 소리 높아지기 시작했어

영원한 사랑이란 해지를 예약한 상처일 뿐이라고

뱃사람들의 노랫소리 귀에 쟁쟁 들려 왔지

널 버리는 일이 신용대출이겠느냐마는

본전도 떼인 네게 마음에도 없는 욕을 퍼붓고

못할 짓만 칼처럼 골라서 하니

정 떼는 일이라 여기고 벼락같이 떠나가거라

허섭스레기도 정들면 종신 보험이 되는데

선물거래도 아닌 사랑은 상환할 것도 없다

잘 가거라, 바스락바스락거리는 꽃잎이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 2016)

 

* 청악매 : http://blog.daum.net/dadapoem 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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