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리 세상이 환하게 슬픈 것이냐
- 찔레꽃
洪 海 里
너를 보면 왜 눈부터 아픈 것이냐
흰 면사포 쓰고
고백성사하고 있는
청상과부 어머니, 까막과부 누이
윤이월 지나
춘삼월 보름이라고
소쩍새도 투명하게 밤을 밝히는데
왜 이리 세상이 환하게 슬픈 것이냐.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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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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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서리의 찔레꽃
洪 海 里
도시락
둘러멘
무명 보자기
계집애
하얀 얼굴
잘 익은 농주든가
아질한 향내
먼지 풀풀
황톳길
허기진 바람
가뿐 숨
단내 나는데
딸각딸각 빈 소리
타는 고갯길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찔레꽃 필 때
洪 海 里
제 가슴속
하얀 그리움의 감옥 한 채 짓고
기인긴 봄날
홀로
시퍼렇게 앓고 있는 까치독사
내가 줄 게 뭐냐고
먼 산에서
우는 뻐꾸기
해배될 날만 기다리는
오동나무 속
새끼 딱따구리
까맣게 저무는 봄날---.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찔레꽃에게
洪 海 里
찔레꽃 피었다고 저만 아플까
등으로 원망하고
어깨로 울며 가더니
가슴에 눈물로 물거품 지어
물너울 치며 오는구나
슬픈 향기 자옥자옥 섭섭하다고
그리움은 그렁그렁 매달리는데
꽃숭어리 흔들린들 지기야 하겠느냐
푸른 잎 사이사이 날카로운 가시여
그게 어찌 네 속마음이겠느냐
그렇다고 꽃 이파리 다 드러낼 리야
꽃잎마다 네 이름을 적어 놓느니
저 꽃이 지고 나면
빨간 사리가 반짝이며 익으리라
낙엽 지고 갈바람 불어온다 한들
찬 서리하늘 어이 석이지 않으랴
저렇듯 네 가슴도 환하게 밝혀지리니
찔레꽃 진다고 저만 아프겠느냐.
- 시집『황금감옥』(2008, 우리글)
독사
洪 海 里
가난해도 찔레꽃 필 때 좋았다
실하게 쑥쑥 솟아오르는 새순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하얀 꽃 피어 코가 알싸할 때면
배고픈 눈에 세상이 어지럽기도 했지만
슬픔 같은 건 물가 모래처럼 쓸려나가고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아무 말도 없이 네가 떠나고 나서
빈 자리만 잔향으로 가득하니
취한 벌 잉잉거리는 소리
가슴속 호수에 잔 파문을 짓는다
네가 꽃피던 때가 그리워
가시덤불 아래 똬릴 틀고 기다리노니
찔레꽃 피고 지고 또 피고 지며
날것으로 푸르른 봄날은 가지만
몸속에 일렁이는 광기와 일탈의 불꽃
제 등도 스스로 긁지 못하는 슬픔으로
찔레꽃은 한 잎씩 떨어져 내리는데
어찌하여 여치는 울기만 하는 것이냐
찌르르찌르르 세월만 흘러가는 것이냐.
- 계간《시에》(2013. 여름호)
찔레꽃
洪 海 里
검은 고양이 한 마리 독사 대가릴 물고 흔들어대고 있었다
독사 한 마리 나타나 고양이를 물어 기절시키는 것이었다
꿈이었다
계사癸巳년 뱀띠 해
그 자리,
하얀 찔레꽃 시들시들 울고 있었다.
찔레꽃
洪 海 里
목이 타는
愛蓮里
遠西軒 지나
옥양목 펼쳐놓은
찔레꽃더미
홀로 헤매다
길 잃은
牽牛.
은하 물가
푸른 풀밭
소 떼를 찾아
피리소리 하나 잡고
강을 건너서
젖어오는 그리움에
길 잃은
織女.
* 원서헌 : 충북 제천시 백운면 애련리 198. 오탁번 시인의 원서문학관
찔레꽃은 왜 피는가
- 閑居日誌
洪 海 里
찔레꽃은 왜 피어서
슬프도록 하얀 향을 뿌리는가
수술실에서 나와 보니
입술이 속으로 하얗게 탔다
봄은 어쩌자고 또 다시 와
찔레꽃을 피우고
나는 왜 황토마루에 서서
찔레꽃 향기에 목을 놓는가.
* 찔레꽃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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