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풍란風蘭

洪 海 里 2013. 6. 28. 03:47

 

 

풍란風蘭

 

 

洪 海 里

 

 

 

물빛 여자 속살같은 향을 날리는

한 채 젖빛 나라 이루고저

허공중에 이루고저

하늘 위에 다리 뻗고

안개 비 젖은 바람 전신으로 맞으며

깎아지른 벼랑 바위

무너지는 나무등걸

서풍 북풍에 흔들리면서

반만년을 오로지 흔들리면서

달빛같은 숨결을 이어왔거니

남해 서해 까물치는 쪽빛 하늘

싱싱하게 빛나는 파도의 입술

소금기 가신 햇살의 음향과 색채

솜털구름같은 꽃을 피우리라

바다와 하늘과 바람으로

찬란한 물새들의 울음을 엮어

젖빛 울음나라 이루리라

젖빛 울음나라 이루리라.

 

- 3인시집『바다에 뜨는 해』(1980)

 

 

 

 

풍란風蘭

 

洪 海 里

 

 

그대는 백 리 밖에서도
잘 들린다, 그대의 향기
재실재실 웃는 파도에
밀리는 목선같이 오는 향이여
사랑한다는 것은
가슴에 별을 묻는것 아니랴
그리하여
별은 꽃에 와 안기고
백 리 밖까지도
향으로 바다를 넘실거리게 하거니
저 먼 섬 향으로 불 밝힌 등대여
바람에 흔들리는 불빛따라
뱃길로 뱃길로 달리다가
바람 타고 하늘 올라
구름 속에 노니는
안개 속 노니는 학이로구나, 그대는
소슬하고 작은 슬픔 같은 꽃이여!

     - 시집『愛蘭』(1998)

 

 

 

 

세엽풍란細葉風蘭

 

洪 海 里

 

 

잠든 영혼 깨우는
바위의 독송이다

가슴 깊이 파고드는
날선 파도다

푸른 빛 발하는
마음 속 비수다

번쩍번쩍 치는
고승의 할이다

             - 시집『愛蘭』(1998)

 

 

 

 

나도풍란

 

洪 海 里

 

 

바다 보고
독경하는
바위 위
동자스님

향 사르고
두 손 모으면
섬은 목탁
파도는 염불.

 

 

 

 

 

* 나도풍란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시화 및 영상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황금감옥  (0) 2013.07.01
<시> 금난초와 은난초  (0) 2013.06.30
<시> 찔레꽃 시편  (0) 2013.06.25
<시> 하지夏至  (0) 2013.06.21
<詩> 망망茫茫 -나의 詩  (0) 2013.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