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夏至
洪 海 里
낮이 길어질수록 바다에서 왔던 햇빛들이 하나씩 돌아가고 있다. 골목길마다 끌려가는 사내들의 꽁무니에 뼈없는 일상이 흔들리고, 살로 걸어가는 사내들 플라타너스 그늘에서 마른 이야기를 건네는 젖은 바람의 손을 잡고 있다. 드디어 바닷속에 죽어 있던 여자들이 살아나와 물구나물 서고 있다. 가장 굵고 튼튼한 그림자를 던지는 가장 길고 건강한 사랑도 허허허! 하며 먼지를 털고 있다. 헛된 비만 때아니게 싸움에 지쳐 돌아가는 뜨거운 강의 등줄기를 내려치고 있다. |
- 시집『花史記』(1975) |
* 2010. 6. 21.(오월 초열흘) 夏至
24절기 중 열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 하지(夏至)는 24절기 중 망종(芒種)과 소서(小暑) 사이에 들며,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고, 일사 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날이다. 동지(冬至)에 가장 길었던 밤 시간이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하여 이날 가장 짧아지는 반면, 낮 시간은 일년 중 가장 길어져 무려 14시간 35분이나 된다. 일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북반구의 지표면은 태양으로부터 가장 많은 열을 받는다. 그리고 이 열이 쌓여서 하지 이후로는 기온이 상승하여 몹시 더워진다.
옛날에는 남부지방에서는 단오를 전후하여 시작된 모심기가 하지 무렵이면 모두 끝나는데, 이때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 따라서 구름만 지나가도 비가 온다는 뜻으로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라는 속담도 있다. 과거 보온용 비닐 못자리가 나오기 이전 이모작을 하는 남부 지역에서는 하지 ‘전 삼일, 후삼일’이라 하여 모심기의 적기로 여겼다.
강원도 평창군 일대에서는 하지 무렵 감자를 캐어 밥에다 하나라도 넣어 먹어야 감자가 잘 열린다고 한다. “하짓날은 감자 캐먹는 날이고 보리 환갑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하지가 지나면 보리가 마르고 알이 잘 배지 않는다고 한다. 또 하지가 지나면 감자 싹이 죽기 때문에 ‘감자 환갑’이라 한다. 이날 ‘감자 천신한다’고 하여 감자를 캐어다가 전을 부쳐 먹었다.
* 위의 꽃양귀비와 보리 사진은 프라하 님의 블로그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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