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洪海里 꽃시집『금강초롱』시편 · 2

洪 海 里 2013. 12. 5. 05:24

 

 

 

♧ 목백일홍

 

 

어디선가

배롱배롱 웃는 소리가 들렸다

해질녘 저 여자

홀딱 벗은 아랫도리 거기를

바람이 간지럼 태우고 있었다

깔깔깔

서편 하늘로

빨갛게 오르는 불을 끄려

제 발 저린 바람은 손가락 볼우물을 파고

제 마음 뜸 들일 새도 없이

추파를 흘리는 여자

자리자리 꺄륵꺄륵 거리며

포롱포롱 날아오르는

저 여자 엉덩이 아래에 깔리는 그늘도 빨개

몸이 뜨거워져 설레는 것은

내가 아닌가 몰라.

 

* 섬초롱꽃

 

♧ 꽃이 피면 바람 분다

 

 

꽃이 필 때 날씨가 따뜻한 것은

널 빨리 보고 싶은 내 마음 탓이고

 

 

꽃 피면 어김없이 바람 부는 까닭은

산통으로 흘린 땀 식혀주려는 뜻이다.

 

 

꽃이 피고 나서 추워지는 것은

오래 곁에 있고 싶은 네 생각 때문이려니,

 

 

춥다고 탓하겠느냐,

바람 분다 욕하겠느냐.

  

 

 

 

♧ 할미꽃

 

 

생전에 고개 한 번 들지 못한

삶이었으니

죽어서도 여전하구나

있을 때 잘해! 라고 말들 하지

지금 여기가 극락인 줄 모르고

떨며 사는 삶이 얼마나 추우랴

천둥으로 울던 아픈 삶이었기

시린 넋으로 서서

절망을 피워 올려 보지만

자줏빛 한숨소리 우뢰처럼 우는

산자락 무덤 위

할미꽃은 고갤 들지 못한다

이 에미도 이제

산발한 머리 하늘에 풀고 서서

훨훨 날아가리라, 할미꽃. 

 

 

 

 

♧ 천남성天南星

 

 

남쪽 하늘에 뜬 별을 보고

첫 남자를 그리워하다

죽어서 천남성이 된 코브라 같은 여자

천의 사내들[千男性]이 저를 거쳐갔다고

그래도 첫 남자가 그립다고

젓대 소리 들리지 않아도

상반신을 곧추세워

춤을 추었던 것인가

독을 뿜으려 고개를 흔들었던 것인가

온몸이 바소[披鍼]가 되어 사내들을 째려는 듯

째려보는 저 눈

슬픔으로 가득한 저 눈

이제는 하늘 한 번 올려다보지 못하는

천남성天南星으로 피어 있는 저 여자.

 

 

 

맥문동麥門冬

 

 

연보랏빛 꽃방망이 하나씩 들고

아니, 온몸이 꽃몽둥이가 되어

벌 떼처럼 일어서고 있는

한여름날 늦은 오후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내

그립다는 말조차 모르는 사내

흠씬 두들겨 주기라도 할 듯이. 

 

 

 

 

 

♧ 쑥부쟁이

 

 

산등성이 돌아서 바람 가는데

해 종일 기다리는 여린 누이야

 

 

기나긴 근심 걱정 눈이 짓물러

가지 끝에 매다는 연자주 꽃잎

 

 

널 보는 이들마다 마음이 휘어

눈물 찍어 꺽꺽꺽 울음 토해도

 

 

오늘은 돌아서서 울지 말거라

쑥 내음 안섶 여민 어린 누이야.

 

 

* 흰명자꽃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