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담쟁이의 길 / 홍해리

洪 海 里 2013. 12. 10. 04:40

 

 

 

 

 

담쟁이의 길 / 홍해리

 

 

길이라곤 오직 벽뿐이어서

아니면 살아있는 나무들이라서

담쟁이는 타고 오를 수밖에 없다

밤낮없이 수직으로 기어가는 길

높을수록 바람은 거세지만

타고 오르는 힘은 더욱 푸르다

하늘이 머리 위에 있으니

숨차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다

바람아 불어라

흔들리는 하늘길

홀로 가는 곳

길은 늘 시작이다

끄트머리는 끝의 머리이기 때문

입때껏 바람결은 부드러웠지만

벽이란 것은 쩌개지고

나무는 눈바람에 깎이기 마련

담쟁이는 맨발이라서 하늘에 오를 수 있다

너도 맨 정신이면

하늘에 닿을 수 있으리라

느릿느릿 천천히 맨발로 가거라

아득한 끄트머리를 위하여

그러나 벽아 나무야

너를 타고 오르는 내가 미안하다

 

 

 

 

 

 

 

 

 

출처 : 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
글쓴이 : 동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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