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잠시 -치매행 · 34

洪 海 里 2014. 2. 27. 05:10

잠시

- 치매행致梅行 · 34

 

洪 海 里

 

 

 

푸르고 짙던 그늘

가을이 되자 많이 엷어지고

모든 길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내가 숨을 쉬고

심장이 뛰고

피가 도는 동안 등 떠밀지 말아 다오

 

잠시 네 곁에 머물다 가는 거야

아프다는 말 하지 말라고

한마디 하고 나서,

 

나도 한 마리 누에가 되어

실을 낳을 수 있다면

말씀의 명주明紬옷 한 벌 마련하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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