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텅 빈 자유 -致梅行 79

洪 海 里 2014. 3. 18. 11:57

 

텅 빈 자유

-치매행致梅行 · 79

 

洪 海 里

 

 

 

아내는 신문을 읽을 줄 모릅니다

텔레비전을 켜고 끄는 것도 못합니다

전화를 걸 줄도 모릅니다

컴퓨터는 더군다나 관심도 없습니다

돈이 무엇인지 모르는데

돈이 어디에 필요하겠습니까

은행이 무엇인지 모르니

은행에 갈 일도 없습니다

통장도 신용카드도 쓸 줄 모르니 버려야 합니다

버스카드도 필요가 없습니다

문명의 이기가 정말 이기이긴 한 것인가

요즘은 헷갈리기만 합니다

이름을 몰라도 칼은 칼이고

사과는 사과입니다

자유라는 말은 몰라도 아내는 자유인입니다

지는 해가 절름절름 넘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