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시> 감자

洪 海 里 2014. 10. 20. 09:22

감자

 

洪 海

 

 

 

감자는 온몸이 눈이다

그래서 감자는 둥글둥글 세상을 본다

어둠 속에서도

온몸의 독을 모아 눈을 틔운다

그래서 새싹은 아름답다, 귀엽다

독은 힘이다

생명을 탄생시키는 힘이다

독을 함부로 쓰지 마라

덩이줄기에 나선형으로 나 있는 눈

달걀처럼 숨을 쉰다

눈에서 어린싹이 돋아난다

세상으로 나가

또 하나의 세상을 열기 위해 눈을 뜨는 것이다

그러나

감자는 눈의 뒤치다꺼리에 등이 휜다

그래도 눈이 수군대는 소리 들린다

비 오는 날 감자를 강판에 갈아

부추 호박 매운 고추 종종 썰어넣고

감자전을 부치면 땅속에서 달이 떠오른다

달에도 수없이 많은 눈이 있다.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 2016)

 

* http://cafe.daum.net/yesarts에서 옮김.


생각은 우리를 새롭게 한다. 생각은 공부에서 나온다.

그 공부가 교과서적인 지식 공부를 말하는 것이 아님은 누구나 알 것이다.
시인은 감수성이 발달한 사람이지만, 공부와 생각이 뒷받침되지 않는 감수성은 위태롭고,
그것이 수반되지 않을 때 감수성조차도 진부해진다.
- 정효구 / 문학평론가, 충북대 교수 -
 
 
   감자는 삶이다. 감자와 삶을 연결지어 사유를 펼친 시편이다.
감자의 독은 힘, 독을 품고 달려드는 의지에는 아무도 못당한다.
악바리의 힘이다. 감자는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자식들을 길러내신 어머니 삶과도 닮아있다.
감자는 온몸이 눈이고, 눈의 뒤치다꺼리에 등이 휘었다.

- <모과의 詩건축학> 2018. 5. 29.(정효구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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