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비닐장갑 - 치매행致梅行 · 191

洪 海 里 2016. 8. 20. 04:44

비닐장갑

- 치매행致梅行 · 191


洪 海 里



자식 낳아 기르면서

애기똥풀 진액 같은 똥 한 번 묻히지 않은

부모라면 아비 어미 아니듯,


병든 아내 똥 한 번 안 만져 보고

남편이라 할 수 있겠는가


자식들은 제 부모가 병들어도

왜 뒷수발을 들지 못하는가

어찌 아니 하는 것인가


비닐장갑을 끼고 버무린 김치 깍두기

제대로 맛이 나겠는가

살이 닿아 무쳐진 김치가 제 맛이지


오늘도 집사람 기저귀 갈아주고

뒤처리를 하다 보면

내 손은 이미 황금손이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