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화가 나서 - 치매행致梅行 · 193

洪 海 里 2016. 9. 5. 10:10

화가 나서

- 치매행致梅行 · 193


洪 海 里




"밥 먹자!" 해도 "싫어!"

"옷 갈아입자!" 해도 "싫어!"

"손톱 깎자!" 해도 "싫어!"

"약 먹자!" 해도 "싫어!"


이게 어디 사람 사는 일인가

어쩌자는 말인가

내가 나에게 화가 나서

차라리 같이 죽어 버리자

죽어,

이리 살아 무엇을 할 것인가

이게 어디 살아 있는 것인가

그래도 가까이 있을 때

소중하다는데

큰소리치고 나서

안됐다는 생각에 후회, 후회하고

씀벅씀벅 눈을 끔벅이다

손 잡아 주면 금세 웃음이니

"싫어, 싫어!" 하는 아내를 잡는

내 손이 내 손이긴 한 것인가

내가 정말 나이긴 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