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장갑
- 치매행致梅行 · 191
洪 海 里
자식 낳아 기르면서
애기똥풀 진액 같은 똥 한 번 묻히지 않은
부모라면 아비 어미 아니듯,
병든 아내 똥 한 번 안 만져 보고
남편이라 할 수 있겠는가
자식들은 제 부모가 병들어도
왜 뒷수발을 들지 못하는가
어찌 아니 하는 것인가
비닐장갑을 끼고 버무린 김치 깍두기
제대로 맛이 나겠는가
살이 닿아 무쳐진 김치가 제 맛이지
오늘도 집사람 기저귀 갈아주고
뒤처리를 하다 보면
내 손은 이미 황금손이 되어 있다.
'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가 나서 - 치매행致梅行 · 193 (0) | 2016.09.05 |
---|---|
반딧불이 - 치매행致梅行 · 192 (0) | 2016.08.24 |
분홍 운동화 - 치매행致梅行 · 190 (0) | 2016.07.10 |
저녁밥 - 치매행致梅行 · 189 (0) | 2016.07.02 |
두덜두덜 - 치매행致梅行 · 188 (0) | 2016.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