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
- 치매행致梅行 · 194
洪 海 里
"요양원이 싫다고 돌아온 아내
정신이 들었다 나갔다 하는 아내
간병인 돌아간 후 뒤처리하고
설거지하다 화가 나서
그릇을 내던져도 깨지지도 않는다"
다 늙어서 아내 뒷수쇄하는 일
여든여덟에 기가 찰 노릇이지
"사는 게 하도 재미가 없어
어제는 어머니 산소에 가서
막걸리 따라 놓고 한참 울었어!"
미수米壽의 시인은 말을 더듬는다
우리는 띠동갑
일흔여섯도 집사람 뒷바라지가 힘든데
하루에도 몇 차례 기저귀 빠는 일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하세요!"
"처녀들이야 한 달에 한 번이니 괜찮지만
하루에도 몇 개씩 버리니
그게 돈이 얼마냐며
일회용은 싫다니 이걸 어쩌나?"
오늘도 아내의 기저귀를 빨다
내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는
노시인의 말에 나도 기가 막힌다
막걸리 한잔 벌컥,
핑 도는 눈물로 울컥, 또 한잔 벌컥!
- 월간《우리詩》2016.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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