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동병상련 - 치매행致梅行 · 194

洪 海 里 2016. 9. 5. 11:05

동병상련 

- 치매행致梅行 · 194


洪 海 里



"요양원이 싫다고 돌아온 아내

정신이 들었다 나갔다 하는 아내

간병인 돌아간 후 뒤처리하고

설거지하다 화가 나서

그릇을 내던져도 깨지지도 않는다"

다 늙어서 아내 뒷수쇄하는 일

여든여덟에 기가 찰 노릇이지

"사는 게 하도 재미가 없어

어제는 어머니 산소에 가서

막걸리 따라 놓고 한참 울었어!"

미수米壽의 시인은 말을 더듬는다

우리는 띠동갑

일흔여섯도 집사람 뒷바라지가 힘든데

하루에도 몇 차례 기저귀 빠는 일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하세요!"

"처녀들이야 한 달에 한 번이니 괜찮지만

하루에도  몇 개씩 버리니

그게 돈이 얼마냐며

일회용은 싫다니 이걸 어쩌나?"

오늘도 아내의 기저귀를 빨다

내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는

노시인의 말에 나도 기가 막힌다

막걸리 한잔 벌컥,

핑 도는 눈물로 울컥, 또 한잔 벌컥!


- 월간《우리詩》2016.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