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아내에게 - 치매행致梅行 · 252

洪 海 里 2017. 7. 8. 16:05

아내에게 

- 치매행致梅行 · 252


洪 海 里





물 마른 샘에는

고기가 살지 못 하듯이


죽은 나무 가지에는

새가 깃들이지 않듯이


파투난 노름판에

개평꾼도 사라지나니


있이 사나 없이 사나

살아 있어야 제왕일러니


첫눈 내리는 날에는

너나 나나 열일곱이 되자.





  * 청상靑孀도 아닌데, 홀로 누운 당신에게 나는 무엇인가.

어제는 물기 마른 얼굴만 오래 쓰다듬는 목마른 물고기로 살았다.

오늘은 대답 없이 돌아누운 등뼈에 몇 마디 얹어주는 한 마리 새로 앉았다.

 

  잠깐, 촉촉한 몸에서 내리는 물줄기 따라 유영하는 꿈을 꾼 적 있다.

당신의 등을 안고 잠든 밤에는 사랑놀음의 부스러기도 뜨겁던 시절을 떠올렸다.

 

  술을 부르고 노래 부르고 시를 부른다.

살아 있어서, 시인이다.

다만, 창밖 눈 스치는 소리가 시리다.

첫눈 내리는 날이면 젊은 당신이 그립다.

한 번 열일곱의 이름으로, 열일곱의 몸으로 가자고 쓴다.

떼를 쓴다.

          - 금 강.





                                 

* 홍해리 시인은 <癡呆를 致라고 함이 옳다. 梅花에 이르는 길이다.>라는 명구를 남겼다.

이 말은 치매를 앓는 환자를 간병해본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

눈 속에서 피는 천진난만한 매화.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병이 치매라는 것이다. 그렇다.

치매환자는 아이들처럼 행동하고 철이 없는 시절로 돌아가는 병이다.

치매환자를 간병하는 홍해리 시인의 <간병일기>를 읽어보면 이 이야기가 진실임을 알게 된다.

눈이 오면 제일 좋아하는 게 강아지다. 그리고 아이들이다.

그리고 치매환자도 아이로 돌아간다는 것을 이 시가 잘 보여주는 것이다.

매화꽃으로 돌아가는 치매환자들.

어서 의학이 발달되어 치매 환자의 완치의 길이 열리 길 기원한다.

- 정일남(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