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병실 풍경 또 하나 - 치매행致梅行 · 275

洪 海 里 2017. 8. 14. 05:39

병실 풍경 또 하나

- 치매행致梅行 · 275


洪 海 里



"아야아, 아야, 아야, 나 죽는다!"

앞 병상 노파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내가 용돈이나 벌러 나왔지

사명감? 웃긴다, 웃겨!" 하는 간병인


환자야 잠을 자든 말든

저희들끼리 피자를 시켜 휴게실로 가고


제 부모라도 저럴까

지금쯤 휴게실이 들썩이고 있겠지


옆 병상에선 남녀가 깨를 볶는다

연인인지 부부인지 알 수 없지만


아파도 젊음이 좋긴 좋구나

금세 병실이 쥐 죽은 듯 적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