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추억
- 치매행致梅行 · 277
洪 海 里
아내는 다 놓아 버렸습니다
밥이나 약을 먹는 것도
아니, 입을 벌리는 것조차
다 잊어 버렸습니다.
한때 맑던 정신, 주옥 같던 기억까지
하나 둘 잃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금빛 꿈은 다 어디로 날아갔는지
남은 은빛 인생은 어디다 두었는지.
속수무책인 남편이란 사내
종일 곁에서 뒷바라지하다 보면
하늘이 너무 무거워
눈을 감고 멍하니 서 있곤 하다,
"말 한 마디 못하고
미소 한 번 짓지 않아도
곁에만 있어 다오."
눈물 젖은 또 하루를 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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