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저무는 추억 - 치매행致梅行 · 277

洪 海 里 2017. 8. 22. 05:23


저무는 추억

- 치매행致梅行 · 277


洪 海 里




아내는 다 놓아 버렸습니다

밥이나 약을 먹는 것도

아니, 입을 벌리는 것조차

다 잊어 버렸습니다.


한때 맑던 정신, 주옥 같던 기억까지

하나 둘 잃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금빛 꿈은 다 어디로 날아갔는지

남은 은빛 인생은 어디다 두었는지.


속수무책인 남편이란 사내

종일 곁에서 뒷바라지하다 보면

하늘이 너무 무거워

눈을 감고 멍하니 서 있곤 하다,


"말 한 마디 못하고

미소 한 번 짓지 않아도

곁에만 있어 다오."

눈물 젖은 또 하루를 접습니다.